흔히들 돈을 버는 영상을 상업영상이라 부른다.
세상에 궁극적으로 돈을 위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예술이라는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상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목적이 분명한 영상,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영상,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영상. 그런 영상들을 만들며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다른 욕심이 있었다.
돈은 상업영상에서 벌고, 그렇게 번 돈을 다시 작품에 투자하자.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그래도 결국 “제가 만들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감독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작고도 큰 긍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만드는 영상. 그런 작업을 오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플레이리스트 알고리즘 안으로 한 뮤지션의 음악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들었고, 어느새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목소리와 가사, 노래가 가진 쓸쓸한 온도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지나간 마음들을 천천히 건드리는 노래였다.
한동안 그 음악에 푹 빠져 지내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인데, 팬심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수상한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팬심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니. 어쩌면 사기꾼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초승'님은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만들고 싶은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국 그 노래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그렇게 여러 고민 끝에 2026년 2월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사라지지 않기를〉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노래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마음이 있다.
끝나가는 계절과 어둑해진 거리,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그런데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멀어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 사랑이 끝난 뒤에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계속 되감기는 기억들.
끝나가는 계절과 어둑해진 거리,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그런데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멀어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 사랑이 끝난 뒤에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계속 되감기는 기억들.
그래서 이 뮤직비디오는 거창한 사건보다 감정의 잔상에 가까운 영상이었으면 했다. 누군가를 붙잡는 이야기라기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 뜨거웠던 감정보다,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 속에서도 끝내 남아 있는 온기? 그런 것들을 담고 싶었다.
수익이 행복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작업이었다.
물론 현실적인 계산으로만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떤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 마음에 남는다. 어떤 촬영은 정산서보다 장면으로 기억되고, 어떤 하루는 비용보다 팀원들의 표정과 온도로 기억되기도 하는 것 같다.
2026년 1월 19일.
동작대교 위의 겨울은 유독 매서웠다.
동작대교 위의 겨울은 유독 매서웠다.
한강 위로 부는 바람은 정말 찢어질 듯 차가웠고, 손끝과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날의 추위는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장면은 더 선명하게 남는다. 모두가 말없이 버티던 시간, 카메라 앞에 서 있던 사람들, 컷과 컷 사이에 흐르던 침묵, 그리고 노래가 가진 쓸쓸한 마음이 겨울의 공기와 겹쳐지던 순간들.
그날 우리는 단순히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었던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어떤 마음을 함께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기회를 준 아티스트 '초승'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을 열어준 '승민'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팬심에서 시작된 제안이 실제 작업이 되고, 그 작업이 다시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큰 영광이었다.
그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을 열어준 '승민'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팬심에서 시작된 제안이 실제 작업이 되고, 그 작업이 다시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큰 영광이었다.
또한 이 개인적인 작업에 선뜻 마음을 보태준 김지훈 감독, 김성빈 작가, 이예람 디자이너, 양석진 디자이너, 정선우 디자이너,
그리고 함께해준 모든 팀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래픽 작업 고생해준 람쥐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해준 모든 팀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래픽 작업 고생해준 람쥐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작업은 끝난 뒤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촬영이 끝나고, 편집이 마무리되고, 한 편의 영상으로 세상에 나간 뒤에도 그날의 공기와 얼굴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사라지지 않기를〉은 내게 그런 작업이었다.
〈사라지지 않기를〉은 내게 그런 작업이었다.
추웠던 겨울, 동작대교 위의 바람, 초승의 목소리, 그리고 이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였던 사람들.
그 모든 순간이 힘들었다기보다, 이상할 만큼 행복하게 기억된다.
그 모든 순간이 힘들었다기보다, 이상할 만큼 행복하게 기억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작업은 내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영상이 하나의 끝이 아니라 다음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함께할 수 있다면,
그때는 또 다른 계절과 또 다른 노래 앞에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이 같은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
그때는 또 다른 계절과 또 다른 노래 앞에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이 같은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
〈사라지지 않기를〉이라는 제목처럼,
그 겨울의 시간과 우리가 함께 나눈 마음이
부디 오래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겨울의 시간과 우리가 함께 나눈 마음이
부디 오래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